어떤 조직문화도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애플의 사례

개인의 특징이 ‘성격’이라면 회사의 성격은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으로 단순 반복적 업무는 기계와 로봇, AI가 대신하며 소수의 핵심인재가 기업의 성과를 이끌어가는 시점에서 조직문화의 중요성은 과거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불확실한 대외적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문화는 조직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특정 상황에서 구성원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암묵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조직문화를 여러 방식으로 정의했는데, 가장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대표적인 정의¹는 ‘조직 내에서 구성원이 공유하는 기본 가정’이라는 것이다. 조직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조직문화가 직원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둘째는 조직문화는 어째서 동일한 인사 제도가 회사마다 성공적으로 안착하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에 관한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우수한 제도라도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없다면 허례허식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어떤 조직문화든 잠재적인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에서는 구성원의 동등한 참여를 강조한 나머지 불필요한 토론으로 회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창의성을 강조하는 조직문화에서는 일을 벌이기만 하고 제대로 마무리를 못 할 위험이 있다. 자율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문화 또한 자칫 과정이 아닌 결과만으로 직원을 평가하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조직문화, 무조건 혁신해야 하는가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의 전반적 행동 규범으로서 기업의 장기적 생존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오늘날 많은 조직에서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모든 회사에 특정 문화가 적합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사실 좋은 조직문화는 회사마다 고유하게 존재할지도 모른다. 고객의 니즈와 회사 전략이 회사마다 고유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조직문화란 해당 조직의 니즈, 전략과 조화를 이루는 문화이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대체적인 조직문화는 여전히 ‘수직적’인듯 하다. 작년 교육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에서 실리콘밸리 HR SaaS 기업 딜(Deel)의 댄 웨스트가스 최고운영책임자는 ‘한국 기업들이 위계질서가 강하고 상명하달식 조직문화가 만연해 글로벌 인재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변했다.

다만 실제로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모든 면에서 위계적 조직문화를 압도하는 건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나쁘다는 고정관념은 그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군부대와 같은 위계적인 관점으로 조직을 이끌어오면서 생긴 편견일 수 있다. 사람인이 재작년 직장인 556명을 대상으로, 조직문화를 네 가지 유형(공동체형, 혁신지향형, 시장형, 위계형)으로 나눠 어떤 조직문화를 가장 선호하는지 조사한 결과, ‘위계형’을 선택한 사람이 36%로 가장 많았고 이들은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와 업무 추진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심지어 애플(Apple Inc.)도 대표적인 위계형 조직으로 꼽힌다. 과거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관여했으며, 작은 의사결정도 그를 거쳐야 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보편화를 실현하는 데는 스티브 잡스의 독보적인 기획력도 있었지만, 그 기획력을 온전히 실현하는데 유리한 조직구조와 문화를 만들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잡스 사후 그러한 경향성이 옅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애플은 개별 사업부 조직이 아니라 기능적 조직이며, 부서장 역시 프로젝트의 매출이나 방향성이 아니라 품질을 책임진다. 팀 쿡 역시 과거 스티브 잡스처럼 애플에서 모든 제품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의 접점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을 고위 경영진이 통제하고, 안정적이고 신뢰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하다.

덮어놓고 따라가기보다는 각 조직에 잘 맞는 조직문화를 배양해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조직문화 진단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 문화는 과거에 비해 일부 개선됐지만, 조직건강도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불통‧비효율‧불합리’로 요약되는 후진적 조직문화는 다소 개선됐으나 아직까지 대다수 직장인들이 ‘청바지 입은 꼰대, 보여주기, 무늬만 혁신, 삽질’ 등의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조직의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 무늬만 입히려는 시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조직문화 혁신이 왜 필요한지 진단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으며, 조직 구성원들에게 변화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공유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려 할 때 고객의 니즈와 전략 외에도 조직문화에서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조직 구성원이다. 조직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현재 조직문화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포장지가 아니라 알맹이를 바꿀 수 있다. 종합적으로, 외부 상황과 내부 상황을 함께 고려할 때 현상 대응 수준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의 생각까지 변화시키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변화를 결정하기 전 고객의 니즈, 회사 가치, 조직문화, 직원의 행동이라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살펴보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이라는 기계를 작동시키려면 바퀴 하나를 교체할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리는 바퀴들의 톱니를 잘 맞추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완벽한' 조직문화는 애플이나 구글의 조직문화가 아니다. '우리 회사' 고객의 니즈와 '우리 회사' 직원의 행동과 잘 맞는 조직문화야말로 '완벽한' 조직문화이다.

¹Schein, E. H. (2010).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Vol. 2). John Wiley & 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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